[책리뷰] 상실과 신앙, 그리고 어머니의 고백 – 박완서 산문 “한 말씀만 하소서”
“이건 소설도, 수필도 아닌, 일기입니다.”박완서 작가가 직접 덧붙인 이 말처럼, 『한 말씀만 하소서』는 장르를 초월한 한 인간의 절절한 고백이자, 슬픔의 기록이다.말로 다 할 수 없는 상실, 그 후의 시간들이 책은 자식을 잃은 어머니의 기록이다. 작가는 어느 날 갑자기 떠나버린 아들을 그리워하며, 또 그 죽음을 감당하려 애쓰며 펜을 든다. 하지만 그 펜끝에서 나오는 것은 문학적인 수사가 아니라, 말이 되지 못한 감정의 단편들,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삼킨 울음이다.‘위로를 받을 수도, 줄 수도 없는 상황에서 그저 써내려간 글’이라는 고백처럼, 이 책은 우리에게 슬픔을 어떻게 견뎌야 하는지를 알려주지 않는다. 다만, 슬픔 속에서도 살아내야 하는 인간의 버거운 고통과 그 생생한 체온을 전할 뿐이다.믿음과 슬픔..
2025.04.12